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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메모장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본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정말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천둥소리가 무서워 방에 찾아온 트랩 집안의 아이들에게 가정교사인 마리아 수녀가 'My Favorit Things'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던 장면을 특히 좋아했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마음이 슬프고 괴로울 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는 마리아 수녀의 말에 따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두려움을 잊는다. 노래 가사에서 나열되는 좋아하는 것들이란 장미에 맺힌 빗방울과 아기 고양이들의 수염, 빛나는 구리 주전자와 따뜻한 양털 장갑, 끈으로 묶은 갈색 종이 꾸러미처럼 사소해 다른 이들의 눈엔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이다. 영화를 본 이후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는 건, 혼자 있는 시간이 유난히 많았던 어린 시절의 내게도 슬픔이나 불안을 견디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헝겊으로 만든 사물과 튤립, 강아지의 새까만 발바닥, 책장 사이에 말린 꽃잎, 다크 초콜릿, 뭉게구름, 해 진 직후의 초여름 하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들과 투명하고 곡선이 아름다운 유리병. 52p
여전히 매일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고 있고, 나라는 존재가 이 지구에 유해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선택들이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덜 해를 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이 매우 부끄러웠다. 나의 실천은 모두 하찮은 것이고 - 나는 여전히 육식을 포기하지 못했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여행 역시 포기할 수 없다. 마감이 급할 때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올 걸 알면서도 음식을 배달시킨다- 내 삶의 태도는 '완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이란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게으름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되겠지만 완벽한 것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결국 그 누구도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나쁜 속삭임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들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팔짱 끼고 앉아 '당신은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당신의 행동들은 결국 무의미해'라고 먼 곳에서 지적만 하는 건 언제나 너무도 쉽다. 71p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해의 각도와 그림자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숲의 초록빛이 조금씩 번져나가는 걸 호사스럽게 누리는 날들. 78p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강아지와 동거하는 삶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강아지를 키우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생명을 가진 존재는 모두 다 개별적이고 고유하다는 것이다. 봉봉과 함께 살기 전,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들은 그저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봉봉을 만난 이후 나는 모든 개들이 성격도, 표정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의 성격은 주인을 닮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99p
어떤 커다란 사랑은, 상대를 위해 보내주는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동생을 통해 배웠다. 101p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는 사랑을 줄 줄 안다.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내 안에도 사랑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다. 봉봉이 먹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목숨을 잃을까봐 먹지 못하게 막거나 고통스러워 하는데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만 할 때, 자유의지를 주었다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누구보다 사랑한다면서 때때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시련을 주는 신의 뜻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2p
어느 여름밤이었다. 자고 있는데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봉봉을 찾는데 아니나 다를까 발치에서 자던 봉봉이 어느새 내 얼굴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내 몸에 닿는 강아지의 동글고 따뜻한 엉덩이의 곡선을 느끼며 새삼 깨달았다. 이 연약한 아이는 나를 온전히 신뢰하고 있구나. 내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전적으로 믿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감사하다는 마음이 일었다.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일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괜찮다고, 손을 뻗어 봉봉의 머리를 쓰다듬자 나의 강아지가 고개를 돌려 손을 정성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가 만나 이렇게 서로에게 특별해질 수 있게 만든 힘이 무엇일지 궁금해지곤 했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깃들고, 이렇게 서소를 비춰주는 조그만 빛이 될 수 있게 해준 그 힘이. 말도 통하지 않고 종마저 다른 둘 사이에 사랑의 시간이 쌓여 서로가 서로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기적이 아닐까? 104p
봉봉과 함께 산 이후 나는 돌봄이란 건 언제나 상호적이고,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서로이게 각자의 우주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걸 배웠다. ... 우리의 이별은 필연적이겠지만 직므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려는 듯이,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121p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다. 죽음은 말을 벗어나는데, 죽음이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자의 발화의 끝일 뿐 아니라, 그의 뒤에 살아남아 충격 속에서 늘 언어를 오용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화의 끝이기도 하다. 애도 속에서 말은 의미작용을 멈추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음을 전하는 데에만 종종 쓰일 뿐이다. _ 델핀 오르빌뢰르 '당신이 살았던 날들' 130p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느끼는 기쁨의 고유한 결과 무늬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함께 기뻐해줄 수 있다. 다른 이가 겪고 깅쓴 그 기쁨을 똑같이 경험해보지 못했더라도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기쁨으로 미루어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도 되고, 그가 실제로 느끼는 기쁨과 내가 짐작하는 기쁨 사이에 간극이 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기쁨 앞에서 우리는 쉽게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픔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일에 번번히 실패하는 이유는 기쁨과 갇ㄹ리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의 마음이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쉽게 긁히는 얇은 동판을 닮아서다. 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 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과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132p
봉봉은 언제나 이렇게 내게 돌아온다. 몇번이고 다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한 없는 사랑의 형태로. 135p
나는 편리함이나 쾌적함이 주는 선명한 기쁨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것이 주는 은은한 기쁨을 아낀다.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 건 시간을 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사람이나 동식물처럼 생명을 지닌 것이든 공간처럼 그러지 않은 것이든, 무언가가 품위와 존엄을 가질 수 있는 건 수많은 상실과 슬픔을 견디며 쌓아올린 세월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있다.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내일은 또 어디를 걸어볼까? 걷는 일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나 자신도 내가 겪은 고통도 결국엔 커다란 세상을 이루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멀리.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운동화를 찾아 신는다. 사라지기 전에 눈에 담고 싶은 풍경들이 있고, 걷고 싶은 골목들이 있어서다. 141p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팔랑팔랑, 느릿느릿 걷는 매일매일이 쌓이는 동안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모든 것의 이름 또한 틀림없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도처에서 저마다의 빛을 품은 채 자라고 있다. 142p
'꽃 꺾어 간 도둑놈아, 달라면 주었을 텐데' 149p
봉봉을 사랑하게 된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조금 더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나의 개가 소중한 만큼, 다른 모든 존재들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일 것이므로. 끝내 모두를 살게 하는 것이므로. 151p
작가가 되는 일에는 어엿한 인간이 되는 일의 핵심이 담겨 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와 나의 관계는 어떠한지, 내가 선택한 이야기는 무엇이고 선택당한 이야기는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그 바람에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하고 또다른 것들에는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하는지, 이런 문제들을 더 깊게 더 멀리 생각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실제로 써야 한다. _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세상의 많은 시시한 서사들은 함부로 찍은 낙인처럼 사람들을 가두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얼마든지 그것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176p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성장배경과 우리가 받은 교육, 여러 관계를 겪으면서 굳은살처럼 딱딱해진 편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184p
나의 집. 나의 삶. 나의 미래. 온전히 내가 선택한 것들. 나는 내가 먹고 자고 글 쓰는 나의 공간을 쓸고 닦는다. 비가 새거나 벽의 페인트가 벗겨질 때를 대비해 글을 쓰고 강의를 해 번 돈을 모아둔다. 198p
솔직히 고백하자면 때로 그런 것들은 나를 고단하게 하고 안락해 보이는 타협책을 향해 손을 뻗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몫의 수고로움을 스스로 감당하며 살아내는 것이 값진 일이라는 걸 안다. 그것들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글을 쓸 자유,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꿈꿀 자유, 타인의 기대나 시선에 부함하는 내가 아니라 오롯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204p
그 오후의 몇시간 동안 나는 그저 행복했다.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어린 날들에 소망했듯 나 자신을 날마다 사랑하고 있진 않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225p
잠시 떠났다가 글을 다시 쓰기 위해 며칠 만에 언덕 위의 집에 돌아 왔을 때 내가 목격한 것은 힘들게 심고 길렀던 식물들이 내가 돌보지 못한 사이 시들고 죽어 있는 풍경이었다. 한동안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반복해서 보게 되는 풍경인데, 매번 그 자리에는 내가 심지 않은 풀과 꽃이 만발해 있다. 예전의 나라면 죽어버린 것들에 집중했을 것이다. 애써 노력해봤자, 소중한 것은 우리가 돌보길 그치는 순간 얼마나 쉽게 상해버리고 망가지고 마는지. 없애야 할 것들은 반면 얼마나 끈질기고 집요한 생명력을 지녔는지. 마치 비관적인 생각이나 낙담으로 기우는 마음, 미움과 오해, 깊은 곳에 숨겨둔 열등감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살아있는 것들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내 제한된 돌봄의 능력 바깥에서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본 것들. 내가 멈춘 그 순간에 뜻밖의 선물처럼 주어진 생명들. '내'가 전부이지 않은 세상이 좋다. 내가 심지 않은 것들이 피어날 땅을 남겨두며 살고 싶다. 227p
이 책에 실린 내 글에 조금이라도 사랑이 깃들어 있다면 그건 온통 봉봉이 가르쳐준 것이다.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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