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지나 깊이 친해지긴 어려운 사람이 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다 좋은 사람. 웬만해서는 호오를 밝히지 않는 사람을 볼 때, 나는 슬쩍 거리를 둔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 그리고 생존 본능에 의한 선택이라고 추측하지만, 지나친 우유부단함 속에는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존재 한다. 자신의 호오를 정확히 인지하고 표현하는 사 람과는 오랫동안 관계 맺고 싶다. 오해의 씨앗을 덜 심게 하니까. 31p
사랑이 많은 사람, 주저하지 않는 사람, 표현하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 아마도 종이 한 장을 빼곡히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단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후회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48p
수많은 고수를 만나 각종 노하우를 물어도 그들 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성실, 노력, 꾸준함.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으며 성과를 얻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도 간편한 패스트푸드를 먹고 차가 운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며 자신의 몸이 건강해지길 바란다면 허무맹랑한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다음 달엔 무조건 원고 마감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했으면 일단 매일 카페든 도서관이든 가거나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도 노트북을 열고 뭐라도 써본다. (지금의 나처럼.) 59p
상대의 시선에 눈을 맞추는 일은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존중 없이는 어렵다. 찰나의 눈 맞춤일 지라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81p
선의와 호의의 덫에 걸려 무심코 조언이 툭 튀어나올 때, 과연 상대가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내 선의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크진 않은지. 어설픈 말들로부터 상대가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조언을 건네는 일에는 계속 주저하고 싶다. 92p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 고맙다고 생각만 할 뿐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고 좋아하긴 어렵다. 말도 행동의 일부분 이라고? 말이 실로 진심이라면 말로만 끝날 수는 없다. 98p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안달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 살아갈 기운을 얻고, 내가 못난 사람으로 여겨지면 자책한다.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아'라는 감정은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인데, 반대로 '이 사람과 대화하면 내가 자 꾸 나쁜 사람이 돼' 같은 감정으로는 결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다. 사람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관계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반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사람은 자꾸 보고 싶다. 그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나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나를 더 사랑하고 싶어진다. 친구에게 말했다.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과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어렵다고, 너를 희생 하면서까지 그 관계를 이어가려고 애쓰지 말라고. 분명한 해답은 아닐지 몰라도 포기해야 할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로부터 새로운 관계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들어야 할 말을 친구에게 하느라 멋쩍었지만 다짐해야 또 실천할 수 있는 법이니까. 109p
첫 직장의 사수는 내게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것만 알려줬다. 혹여 내가 자신보다 일을 잘할까 봐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 다. 업무상 미리 알아두면 좋을 정보도 내가 꼭 물 어야만 알려줬고, 피드백 또한 전혀 하지 않았다. 10년 만에 재회한 친구는 자신의 절친이 나에게 호감을 비치자 나를 멀리했다. 이후 버릇이 생겼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각별히 좋아하는 대상과는 친밀해지지 않기.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기. 이제는 제법 고수가 돼서 관계 트러블을 거의 겪지 않는다. 질투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숙한 인간은 자신의 질투를 숨길 줄 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질투에 쓸 에너지를 스스로 에게 돌려 자신을 돌보는 일에 쓸 것이다. 112p
정말 귀하다고 생각하는 마음들이 있다. 나에게 어떠한 호의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힘들 때 먼저 찾아와주는 사람. 도움을 줬지만 어떠한 보상 이나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뻐하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170p
언제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있고, '언제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기질, 성격, 상황 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 덕분에 살고 있다고,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진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토달지 말고 쿨하게 사과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프로 라면 말이다. 17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