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그렇게 '내 시간'을 되찾은 이후의 얘기를 담았다. 내 시간은 다름 아닌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것들로 채우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순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니까.' 이렇게 좀 더 살아보고 싶다' 하는 시간을 늘리려면 다른 것을 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 선택은 동시에 포기다. 나로 살기 위해 '선택하고 싶은 것'과 아쉽지만 '포기할 수 있는 것'을 가려내는 것만으로 삶이 단출해진 기분이 들었다.
시간을 선택한 삶은 나를 천천히 바꾸어 놓았다. 오랫 동안 '나의 문제'로 여긴 것들이 시간의 너른 바다에 녹아 사라져갔다. 회사 일 대신 글 쓰는 일에 마음을 쏟고, 중요한 것보다 소중한 것을 먼저 챙기게 되면서 비로소 이 하루가, 이 삶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안도를 느낄 수 있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늘 '나중'으로 밀어두었던 가족에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애틋한 타인들에게 말을 걸고 곁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들에 쫓기느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살 수 있는 사람인지 너무 오래 잊고 지낸 건 아닐까. 이 세상에서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건 다른 무엇이 아니라 한 번뿐인 이 삶을 조금 더 기쁘게 사는 일일 것이다.
식당 카운터에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공짜 귤을 오른쪽 주머니에 세 개, 왼쪽 주머니에 세 개 욱여넣어도 실망하느라 잠자코 입을 다무는 대신 으이그 하면서 어깨를 치는 사람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네가 그냥 그런 사람이어서, 평범한 사람이어서 좋다고, 친밀하다고. 네가 나 같다고. 때론 미워 보일 정도로 욕심내 뭔가를 챙기다가도, 문득 마음이 허물어질 때면 남에게 속없이 다 퍼주기도 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자고. 너 역시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다 어깨를 쳐주면 좋겠다고. 내가 가진 단점, 나약함, 자주 하는 거짓말들, 사과하지 못한 실수들, 떳떳하지 못했던 많은 순간, 나만 아는 비겁함, 자신은 보지 못하고 바깥으로만 손가락질하는 이 마음을 네가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거울을 보듯 중얼거리면서. "그런 게 사람이지"
쉬운 미움 대신 어려운 사랑을 배우고 싶다. 사랑이 가장 쉬운 일이 될 때까지. "그런 게 사랑이지" 말하게 될 날까지.